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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명상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길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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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질문자) 안녕하세요 스님
질문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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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는 명상과 불경 공부에 관한
질문이 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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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처님께서는 명상을 통해 평온한 마음과
깊은 깨달음을 이루셨다고 배웠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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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도 같은 목적으로 명상하려고
노력 중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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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아직 그 길을 가보지 못한
초심자로서 생각하지 않는 것만으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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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떻게 그렇게 깊은 깨달음에
이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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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상이 어떻게
마음의 평온과 깨달음으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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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어질 수 있는지
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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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스님) 우리들의 번뇌라고 하는 것은
대부분 생각에서 많이 일어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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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일단은 종교적인 고정관념
철학적인 것, 윤리적인 것, 도덕적인 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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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고정관념으로부터
우리가 좀 자유로워져야 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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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를 들어서 한번 말씀드려보면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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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게 됐고
그 여자도 남자를 좋아하게 돼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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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로 연인 관계가 됐다고 합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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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럴 때 이게 일반적인
사람의 관계에서는 좋음이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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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불교 승려나
가톨릭 신부나 이런 사람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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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성 관계를 하면 안 된다고
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았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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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랬을 때는 만약에 이성과의
좋은 만남이 있을 때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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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기 내면에서는 좋지만
한쪽으로는 죄의식을 갖게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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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
이성과의 만남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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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전에 만나면 안 된다고 하는
기준에 반했기 때문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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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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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우리들이 갖고 있는
많은 괴로움 또는 번뇌 중에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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앞에서 세운 기준과
현실 사이에 이게 맞지 않는 데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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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부분 많은 괴로움이 생겨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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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까 이 기준에 따라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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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지
이 기준을 없애야 할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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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둘 중의 하나로
정리가 돼야 번뇌가 사라집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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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우리는 이 기준은 놔두고
그것을 지켜 나가려고 하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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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러한 수많은 노력에 의해서만
이 문제를 풀려고 하니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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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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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예를 들어서 말씀드리면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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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약에 젊은 남녀가 만나면 안 된다는
옛날의 어떤 도덕적 기준에 의해서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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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남이 괴로움이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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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혼하고 헤어지면 안 된다고 하니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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헤어질 일이 있을 때 여러분들은
그게 큰 고민이 되고 괴로움이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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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가 자연적으로 보면 사람이라는 것은
만날 수도 있고 헤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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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난다고 괴로움이 될 수도 없고
헤어진다고 괴로움이 될 수가 없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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즉 어떤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
때로는 만난다고 괴로움이 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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때로는 헤어진다고
괴로움이 되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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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데 이런 기준이 만약에
사라져 버리면 어떨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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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괴로움 중에는
대다수가 사라져 버린다 이런 얘기예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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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가 여성의 경우에는
남성과의 관계를 맺으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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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
어릴 때부터 성교육이 돼 있었기 때문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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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문제가 발생하면
굉장한 고통이 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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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자들은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도
남자들은 괴로움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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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제로 어떤 일을 당했을 때
괴로움이 적은 이유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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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기준의 강약 때문에 생기는
문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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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약에 여러분들이 이런저런 생각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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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약에 멈췄다고 한다면
지금 아무런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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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명상의 첫 번째는
생각을 멈추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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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떻게 앉는지,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
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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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데 여러분들 대부분
명상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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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것은 사색이지 명상은 아닙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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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까 좋은 생각을 한다고
좋은 명상이 아닙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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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상은 생각이 멈춰지는 상태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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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이 멈추면
대부분 괴로움도 사라져 버립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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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데 문제는 해보면 생각이
멈춰지지 않습니다 (청중 웃음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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멈춰지기는커녕 평상시보다 두 배, 세 배
때로는 열 배 더 많이 일어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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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여러분들은 몸만 이렇게
앉아 있지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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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생각을 어떻게 멈추는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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멈추려고 하면 멈추려고 하는그 생각이
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(청중 웃음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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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옛날 스승들은
이렇게 말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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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 안에 먼지가 이렇게 날고 있을 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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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에겐 먼지가 잘 안 보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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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깥에서 햇살이 한 줄기 싹 비치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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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안에 먼지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
알게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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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어떤 것으로 먼지를 없애려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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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꾸 먼지를 빗자루로 없애려고 하면
먼지는 더 일어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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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
가만히 둬야 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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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간이 흐르면
점점 가라앉으면서 적어집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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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지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
우리의 번뇌가 없는 줄 아는 것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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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줄기 햇살이 없기 때문에
먼지가 있는 줄을 모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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즉 우리는 번뇌가 많지만
지금 번뇌가 있는 줄을 모른다는 거예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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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여러분들이 가만히 앉아서
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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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아, 내가 번뇌가 엄청나게 많구나
망상이 엄청나게 많구나' 하는 것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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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상이 안 된 게 아니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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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의 지금 명상이 되어 가고
있는 중이라는 거예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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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것은 한 줄기 햇살에 비춰서
그 먼지가 보인 것과 같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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즉 내가 많은 번뇌 속에 있다는 것을
첫째 자각한 거예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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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여러분들은 빨리 명상하려고
더 좋은 명상을 하려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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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번뇌가 안 생겨야 한다
생각이 없어야 한다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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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렇게 해서 자꾸 번뇌를
불러일으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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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만히 둬야 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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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가만히 둬지지 않습니다
계속 일어나니까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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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생각을 한 곳에 모으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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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것이 가장 쉬운 방법은
호흡에 모으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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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것은 숨이 들어오고
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린다고 하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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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식관이라고 말하는 겁니다
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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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리어로는 '아나빠나'라고 말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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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다음에 선에서는 '화두'라고 해서
한 생각, 의문을 골똘히 갖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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즉 나라고 하는 이것이 무엇인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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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직 이것에 집중하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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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다른 생각들이 수도 없이
일어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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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그것은 내버려둡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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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직 한 곳에만 집중하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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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약에 내가 숲속에서
책을 읽는다고 합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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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가 울부짖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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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소리가 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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옆에 또 자동차가 지나갑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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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중이 잘 안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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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동차가 안 다녔으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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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가 울지 않았으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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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소리가 멈췄으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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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럼 내가 조용하게
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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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우리는 그것을
멈출 수가 없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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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 멈춘다고 해서 집중된다는
보장도 없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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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내가 그 책 내용에 점점
빨려 들어가서 그 내용에 몰두하게 되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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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 소리는 있지만 새 소리가 안 들리고
물소리가 있지만 물소리도 안 들리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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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 소리가 있지만 차 소리도 안 들릴 때
이것을 우리가 집중됐다고 말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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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까 명상은 생각이 멈추는 거지만
다른 말로 하면 한 곳에 집중하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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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럼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에
내가 집중한다고 합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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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이 들어올 때
내가 숨이 들어온 줄을 알아차립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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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것은 생각으로 숨이 들어온다고
생각하는 게 아닙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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호흡하면서 숨이 들어오면서
그 공기의 흐름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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피부를 자극함으로써
어떤 감각에서 내가 느끼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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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찬가지로 공기가 나가면서
역시 피부를 자극하기 때문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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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그 접촉감을 느끼게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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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것은 생각이 아니라
실제로 느끼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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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만 그것을 느낍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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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때 어머니 생각이 날 수도 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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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데 우리는 어머니 생각이 나면
어머니하고 소풍 갔던 생각을 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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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풍 가서 밥 먹은 생각을 하고
이렇게 계속 이어집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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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렇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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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것을 이제 망상이라고 말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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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어머니 생각이 떠오르는 건
막을 수가 없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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떠오르더라도 나는 호흡을 알아차립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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즉 거기에 관심을 안 둔다는 거예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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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그 생각은 사라집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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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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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피생각이 떠오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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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시 호흡에 집중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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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시 사라집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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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없이 생각이 떠오르더라도
관심을 두지 않으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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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랐다가 사라지고
올랐다가 사라질 뿐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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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데 실제로 우리가 하면
커피 생각이 나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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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피 종류 생각이 나고 친구하고
먹던 생각이 나고 이렇게 이어져 나갑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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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럴 때는 이미
호흡 알아차림을 놓친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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즉 우리의 관심은 동시에
두 군데에 주어지지 않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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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쪽에 관심을 두면
저쪽을 놓치게 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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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쪽에 관심을 두면
이쪽을 놓치게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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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기 때문에 어떤 생각이 떠올라도
관심을 두지 않으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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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 이것은 떠올랐다가 사라지고
떠올랐다 사라질 뿐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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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가 망상이라고 하는 것은
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게 망상이 아니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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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기에 이야기를 만들 때
망상을 피운다, 사색한다고 표현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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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렇게 해서 이제 한 곳에
지속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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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1~2분 집중했다가 또 망상 피웠다가
1~2분 집중했다가 망상 피웠다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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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러다가 이제 점점 더
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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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면 이제 점점
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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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이 딴 데 관심이 흩어져서
망상을 피우는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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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하면서 여러분들이
이런 번뇌에 끌려가지 않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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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상상에
끌려가지 않게 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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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러분들이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거나
미워지거나 원망하거나 하는 것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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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 과거의 기억이 나면서 그때 입었던
상처들이 되살아나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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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또 미래에 대한
이런저런 생각을 하니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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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심이 생기고 걱정이 생기고 초조해지고
불안해지고 두려움이 일어나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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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까 이런 미래의 생각에
사로잡히지 않게 되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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불안하거나 이런 근심 걱정이
사라져 버립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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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지나간 과거도 생각하지 말고
오지도 않는 미래도 생각하지 말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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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여기 깨어 있어라
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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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까 이런 명상을 할 때는
부처님의 생각을 해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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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처님의 생각이 떠올라도
그것은 망상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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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직 호흡을 알아차리면 호흡 알아차린 것
이외에는 어떤 것도 다 망상이에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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화두를 참구하면 '이 뭣고?' 하는
그 이외에는 어떤 생각도 다 망상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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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구니의 짓이다
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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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부처님이 떠오르고
부처님 말씀이 떠올라도 그것은 망상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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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부처가 나타나면 부처를 죽이고
스승이 나타나면 스승을 죽여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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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좀 험한 말까지
나오게 된 거예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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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것은 뭐 죽여라
이런 뜻이 아니에요 (스님 웃음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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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생각이 망상이라는 얘기예요
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얘기예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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얘기가 좀 길었습니다
죄송합니다 (스님과 질문자 웃음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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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질문자) 감사합니다 (청중 박수)